• 지난 5월 27일 열린 21대 대통령 선거 3차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
    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어요.

• 결선투표는 최다 득표자가 과반을 얻지 못한 경우 득표 상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투
    표를 실시해서 과반 득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에요.

• 이재명 후보의 제안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 결선투표제를 두고 온도차가 드러나는 이유, 오늘의 플로우체크에서 살펴볼까요?

결선투표제 도입 찬성 측은 현재의 단순다수제 투표 방식이 유권자의 다양한 집합적 선호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해요. 득표율과 무관하게 최고득표자를 당선인으로 정하는 것이라서, 다른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되기 때문이에요. 이 경우 스포일러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A 후보와 B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C 후보자의 당선을 막고 싶어도 표가 나뉘어 결국 C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하는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죠.

                        *스포일러 효과: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가 단순히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

만약 결선투표제를 시행한다면 어떨까요? 유권자들은 1차 투표에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고, 결선투표에서는 자신의 차선 혹은 덜 싫어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기회를 얻습니다. 이렇게 하면 초기 투표에서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1순위 선호를 표출할 수 있고, 결선에서는 다수의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

아지죠. 이렇듯 결선투표제에서는 1차 투표에서 소신껏 투표해도 결선에서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제각기 다른 선호도가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결선투표제 도입 반대 측은 결선투표제가 유권자 의사를 적절하게 반영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1차 투표 결과, 결선투표에 나가지 못하는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그대로 기권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에요. 1차 투표 당시 3위 이하 후보자들의 지지자들이 결선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선투표에서 투표자의 과반수를 넘는 득표는 가능해도 총 유권자의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과연 유권자의 의사가 적실하게 반영된 결과인지 논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치적 야합’이 결선투표 승리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후보자 D가 있다고 해볼게요. D 후보자는 1차 투표 2위 이하 후보자들에게 권력 분할을 약속하고 그들의 지지자들을 흡수해서 결선투표 승리를 달성합니다. 유권자의 직접적인 차선책이 아닌, 정치공학적 구도에 의한 투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D 후보자에게 전체 주권자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됐다고 볼 수는 없죠.  이러한 이유로 결선투표제 도입 반대 진영에서는 “결선투표제가 오히려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찬성 측은 찬성 측은 결선투표제를 통해 투표율 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한 번의 선거 결과로 당선인이 결정되는 투표 방식에서는 사표에 대한 우려로 투표를 기피할 수 있지만, 결선투표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에요. 1차 투표에서 후보의 당선가능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투표에 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접촉을 증가시켜 투표율을 높이는 게 기여할 것이란 견해입니다.

반대 측은 결선투표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결선투표를 실시 중인 나라들의 투표율 추이를 보면 제각기 다릅니다. 예를 들어, 2009년 슬로바키아 대통령선거를 보면 3월 있었던 1차 선거에서 투표율은 43.62%였지만 4월 이뤄진 2차 선거에서는 51.65%로 1차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2013년 치러진 체코의 대통령선거에서는 1차 선거 투표율이 61.31%, 2차 선거는 59.11%로 투표율이 더 낮아졌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각국의 결과를 보면, 결선투표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는 일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찬성 측은 결선투표제가 정당간 연합 형성을 용이하게 해서 정당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다양한 정치 세력의 존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봐요. 군소정당은 비록 1차 선거에서 당선인을 배출할 수 없더라도, 2차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주요 정당이 군소정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군소정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요. 2019년 페루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평균 2.2명의 후보가 선거에 추가로 출마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를 고려하는 데 있어 제도적 장벽이 낮아졌음을 의미하죠.

반대 측은 결선투표제가 오히려 정치적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얘기해요.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명확한 군소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자들이 난립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유권자의 피로감이 가중될 것으로 봐요. 다양한 이념과 정책을 가진 후보들이 난립하면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지고, 극단적인 성향의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거나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초래하고요. 또한, 군소정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의 대가로 결선투표에 나가는 후보자와 결탁할 경우 선거 질서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연합뉴스. 25-05-27. [이재명 "위성정당방지 실효성 있게" 김문수 "선거법 자체 잘못"].
YTN. 25-05-25. ['국민의 선택을 두 번 묻다'... 프랑스의 결선투표제].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Javier Torres 외. 2019. [Effects of runoff voting rules on number of parties and candidates' political experience: Evidence from a law change in Peru].
국회입법조사처. 2017.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논의와 도입 시 고려사항].
서강법률논총 제3권. 송시우. 2014. [결선투표제의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헌법적 고찰].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법학논고 제40집. 김정현. 2012. [대통령 결선투표제에 관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