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it, check it, think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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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 하나씩 플쳌. 제2절 | 2025.0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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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먼저, 무슨 일인데?!
•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됐어요. 증원이 없던 일이 된 거예요. • 하지만 의대 정원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요. •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증원 정책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결의했어요. 전공의와 의 대생의 복귀도 더디기만 해요. • 6월 조기 대선에서도 의대 정원 논란이 화두에 오를 것으로 예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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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적다고 말해요.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이에요. OECD 평균(3.7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죠. 이마저도 한의사를 제외하면 2.0명으로 OECD 최하위 수준이에요. 반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8개로 OECD 평균(4.3개)보다 3배가량 높아요. 의사 한 명당 돌봐야 할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에요.
무엇보다 정부는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 의사 수가 더욱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어요. 각 연구기관에서 내놓는 장기 추계 결과를 봐도 그래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부족한 의사 수가 9,654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어요. 한국개발연구원은 1만650명, 서울대학교는 1만816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고요.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정부는 현시점에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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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비교
기관/국가 |
OECD 평균 |
한국 |
일본 |
미국 |
의사 수 |
3.7명 |
2.6명 |
2.6명 |
2.7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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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별 의사 수 미래 예측표
연구기관/연구자 |
예측 내용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2035년 의사 9,654명 부족 |
한국개발연구원 |
2035년 의사 1만650명 부족 |
서울대학교 |
2035년 의사 1만816명 부족 |
박은철 연세대(예방의학) 교수 |
2070년 전체 의사 중 32% 잉여인력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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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지금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의협은 우선 OECD 수치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요. 진료 대기 일수, 건강지표, 의료만족도 등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적정 의사 수를 판단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기준을 적용해서 OECD 통계를 다시 따져보면, 한국의 의사 수는 의료시스템이 비슷한 일본(2.6명), 미국(2.7명)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의료접근성, 국민건강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평균(5.9회)의 2.6배입니다.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수를 나타내는 ‘치료가능사망률’은 10만 명당 43명으로 역시 OECD 최상위권에 해당하죠. 만약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의료 이용률이나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에서 모두 글로벌 상위권에 있을 리 없다는 게 의협의 주장입니다.
또한, 의료계에선 증원 없이 이대로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2051년부터 다시 의료 공급이 수요를 역전해서 2070년에는 의사 32%가 잉여인력이 될 것이란 통계도 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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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대 증원이 건강보험 재정 부실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반응이에요. 일단 의료계의 의견부터 살펴봐요. 의료계는 의사 수를 늘리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과잉 진료가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유인 수요’로 인해 국민 의료비가 증가할 거란 관점이죠.
하지만 정부는 “유인 수요는 1970년대 나온 낡은 이론”이라고 반박했어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평균 의료비 상승 요인을 보면 ‘수가(의료행위의 보수로 주는 대가) 인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의사 수 증가가 포함된 ‘기타’ 요인은 전체의 0.7%에 불과했고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직접 설명문을 내서 건강보험 부실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복지부는 “의사가 증원된다고 해서 진료비가 증가한다는 인과관계는 없다”며 “의사가 늘면 환자가 지역 내에서 제 때 의료를 이용할 수 있어 의료적, 사회적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어요. 그러면서 향후 5년간 건강보험 적립금 28조원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증원을 해도 재정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도 의대 증원과 상관없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진료비 평가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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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주장에 대한 보건복지부 설명문. 출처: 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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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근거로 ‘의대 증원=건강보험 재정 악화’란 공식을 주장해요. 2008년 건강보험공단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당 의사수가 10% 늘 때 1인당 의료비가 22% 증가한다는 거예요.
1960년대 미국 지역을 분석한 연구(The supply of Surgeons and the Demand for Operations text) 내용도 자세히 볼게요. 이 연구의 저자는 인구 대비 외과 의사 수가 10% 증가하면 주민 1인당 수술량이 3% 증가한다는 결과를 도출했어요. 그러면서 외과 의사들이 경쟁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피하기 위해 수술을 더 시키는 방향으로 환자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했죠.
저자는 의사의 의료서비스 수요 유도가 반드시 불필요한 의료로 해석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외과 의사 수가 늘어나면서 긴급성이나 필요성이 낮은 시술의 비율이 높아지는 게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은 팩트라고 강조했어요. 수술은 검사나 약 처방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따라서 수술 건수가 늘어나면 단순히 의료서비스 행위가 많아질 뿐 아니라 의료비 총량이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연구의 결론입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이러한 연구를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 대입해 [의료비 총량 증가→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건강보험 재정 부실화]란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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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단순히 의사 수만 늘려서는 지금의 필수의료 기피, 지역의료 약화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또다른 해결책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필의패)’를 내놨어요. 필의패의 핵심은 ❶의료 교육∙현장 혁신 ❷지역의료 강화 ❸의료사고 특례법 체계 도입 ❹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네 가지입니다. 세부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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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 수련 환경 개선해서 전공의 의존 탈피하고 전문의 중심 병원 체계 구축할게
✦ 개원면허제, 면허갱신제 도입해서 면허관리 선진화할게 ✦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 육성하고 지역 중소병원 지원 및 지역필수의사제 추진할게 ✦ 사망사고, 미용∙성형 제외한 의료행위에 제한적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 적용할게 ✦ 혼합진료 금지해서 비급여 진료비 관리하고, 행위별 수가제 개편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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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낮은 처우를 개선한다고 했습니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2차 병원과 지역의료 현장을 집중 지원하고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도 막겠다고 했고요. 의료의 질을 높이고 불의의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원면허제(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주는 제도), 면허갱신제(의사의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제도)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의료계가 강경하게 요구했던 사법 리스크 완화 방안도 필의패에 담겼어요.
아울러 정부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부작용이 크다고 인식했습니다.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가격표를 붙이는 구조라서 수익을 위해 시술 횟수를 늘리는 과잉진료의 원인이 됐다고 봤죠. 고위험∙고난도 필수의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의료 인력이 비필수의료 분야로 이탈한다는 단점도 있고요. 그래서 의대 증원과 함께 필의패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겠다고 나선 거예요.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도 마찬가지로 과잉진료를 막고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기 위한 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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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정부 vs 의협
주요 쟁점 |
정부 |
의협 |
지역 의료 개선 |
지역 2차 병원 집중 지원, 지역필수의사제. 수도권 대형병원 의사·환자 유출 최소화. |
동네의원 등 1차 의료는 죽이고 2차 종합병원만 키울 수 있음. |
면허 관리 선진화 |
개원면허제, 면허갱신제 도입해 의료의 질 관리하고 불의의 의료사고 방지. |
정부가 의사들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 |
혼합진료 금지 |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통해 과잉진료 차단. |
저수가 체계에서 비급여로 버티던 의료기관 어려워짐. 진료권, 수익권 침해. |
행위별 수가제 개편 |
과잉진료, 필수의료 인력 이탈 차단. 고위험·고난도 필수의료 공정 보상. |
정부 검토 ‘성과보상지불제’ 의료의 질 저하, 불공정 경쟁 위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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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먼저, 필의패의 지역의료 강화 정책이 자칫 동네의원 같은 1차 의료를 죽이고 2차 종합병원만 띄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개원면허제, 면허갱신제의 경우 의협은 “자격이 부족한 의사를 걸러내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의사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해요.
졸업 후 지역 필수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교육비, 주거비를 지원하는 지역필수의사제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일정 계약 기간이 지나면 지역의사는 결국 수도권으로 향할 것이란 예상이죠. 필의패로 필수의료 부족을 해결하려다가 진료권, 수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난도 쏟아집니다. 현재 의료기관 수익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에서 발생합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정부가 혼합진료를 금지해서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하면 ‘돈을 벌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는 셈이죠. 그래서 혼합진료 금지가 저수가 체계에서 힘들게 버텨온 의료기관들을 도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의협은 행위별 수가제 개편에도 회의적이에요.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성과보상지불제’입니다. 의료서비스의 질, 효율성 향상, 환자 건강의 차도와 같은 결과에 따라 의료기관에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죠. 의협은 성과 지표에 집중하게 되면 복잡한 질환이나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기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과적으론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죠. 성과 지표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간 불공정 경쟁이 발생할 위험도 있고요. 이런 이유로 의협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필의패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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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쳌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Click
✦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상반된 관점, 상이한 데이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있어요.
✦ 그래서 어느 쪽이 옳다, 정답이다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요.
✦ 중요한 건 정부와 의료계가 대치가 아닌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 의사 인력 계획 수립 시 갈등을 줄이고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가 과대표 되지 않으려면 균형적 거버넌스가
필요해요.
✦ 네덜란드의 ‘의료인력계획자문위원회(ACMMP)’ 같은 독립적 상설 자문기관을 두는 것도 방법이죠.
✦ 영국의 비영리 협력체 JLA(James Lind Alliance)의 사례도 참고할 만해요. JLA는 환자, 보호자, 의료진이 함께 모여 의료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조직입니다.
✦ 지난해 JLA는 업무량, 고용 조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의료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영국 정부는 JLA의 조사 결과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 개선 방안, 연구 자금 지원 방향을 설정했죠.
✦ 우리나라도 의대 정원 논의를 위한 추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추계위원 추천 몫을 두고 의협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어요.
✦ 의료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의협, 의협의 강경 노선을 따르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전향적인 태도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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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논쟁을 정리해봤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대 증원 이슈, 어떤 의견들이 있었는지 조금은 감이 잡히시나요? 모든 제도와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으니 어느 한 쪽에 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플로우체크를 통해 정부와 의협이 어떻게 대립하고 있는지 흐름을 파악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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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쿠키뉴스. 25-05-04. [의대생 1만여명 유급 현실화… 내년 ‘트리플링’ 부담 어떡하나]. 더팩트. 25-05-02. ['추계위 의협 몫' 논란 확산... 의협 "법적 해석 받을 것"]. 경향신문. 25-04-30. [복귀 시한 종료… 의대생 절반 이상 유급 가능성]. 세계일보. 25-04-24. [‘의대 정원 논의’ 추계위, 구성부터 난항]. 뉴스1. 25-04-18. [의대생 증원 철회에도 투쟁 외치는 의료계… "필수의료 정책 폐지"]. 의학신문. 25-04-01. [[창간특집]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안 우려와 제언]. 청년의사. 25-03-22. [‘지역 2차병원’ 집중 육성방안에 병원계 “줄 세우기 아냐?” 우려]. 의협신문. 24-12-11. [의사 10명 중 7명 "행위별수가제 가장 선호"]. 코메디닷컴. 24-04-04. [복지부 "행위별 수가제 보완할 것… 필수의료 보상↑"]. 연합뉴스. 24-03-18. [필수의료 소외낳은 '행위별 수가' 칼댄다… 수술·입원 높은 보상]. 의협신문. 24-03-07. [의사 수와 건보재정]. 한경닷컴. 24-02-26. [[한경에세이] 의대 증원으로 의료 재정이 붕괴할까?]. 연합뉴스. 24-02-22. [전공의들 '필수의료 패키지'마저 반대… "수익 악화 우려한 것"]. 한경비즈니스. 24-02-19. ["의대 2000명 증원은 의료말살?" 정부vs의료계 쟁점은?[의대증원, 남은 숙제②]]. 메디컬타임스. 24-02-14. [정부, '지불제도' 대대적 개편… 개원가 역대급 위기 고조]. 쿠키뉴스. 24–02-04. [“의료개혁 골든타임” ‘필수의료 패키지’에 환자·의료계 잇단 비판]. 메디파나. 24-01-23. [의대 증원-건보 재정 상관관계 공방… 醫 "공개토론하자"]. 경향신문. 24-01-16. [병원 수익 위해 검사·시술 남발… 총진료비 관리 시스템 만들어 제동 걸어야]. 한국일보. 23-12-04. [의대 증원으로 진료비 폭증? "건보 빅데이터로 억제 가능"]. 의협신문. 23-11-27. [필수의료와 의대정원]. 의협신문. 23-11-24.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Victor R. Fuchs. 1978. [The supply of Surgeons and the Demand for Operations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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