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it, check it, think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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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 하나씩 플쳌. 제10절 | 2025.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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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먼저, 무슨 일인데?!
• 새 정부가 전 국민에게 주치의를 배정하는 ‘맞춤형 주치의 제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해요.
• 그동안 주치의 제도는 장애인ㆍ아동 등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
됐어요.
•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러한 주치의 제도를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커요.
•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
• 반면, 의료계는 주치의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본격적인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두고 어떤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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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를 환영하는 쪽은 주치의 제도 도입을 통해 일차의료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해요. 주치의제는 환자의 병력, 생활 등을 잘 아는 전담 의사가 질병 예방, 치료 등 건강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전 국민 주치의제 추진 방안은 한의사나 치위생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직역이 참여하는 다학제 팀이 주민에게 질병 치료부터 사후관리, 건강 증진까지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고요.
이렇게 분과별 다양한 포지션의 의료진이 포진한 주치의제는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와 맞닿아 있습니다. 일차의료란 환자가 처음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접하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뜻해요. 배가 아플 때 찾는 동네의원, 감기게 걸렸을 때 가는 내과, 이비인후과 등이 모두 일차의료 기관에 해당하고요. 나를 전담으로 케어 하는 주치의와 수시로 상담하고 만날 수 있으려면 당연히 접근성이 높아야 하겠죠? 그러려면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일차의료 기관의 의사 선생님이 나의 주치의가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고요. 그래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면 지역의 여러 일차의료 기관 참여➔일차의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주치의제를 환영하는 쪽에선 일차의료를 강화함으로써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효율적인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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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는 환자가 진료를 위해 처음으로 이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의료 서비스를 뜻한다. 출처: 프리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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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 신중론 측은 주치의 제도 도입이 일차의료 강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봐요. 기본적으로 일차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현재 우리나라 일차의료 기관, 그러니까 동네 의원∙병원 대부분은 하나의 분야만 진료하는 단과 전문의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피부과는 피부 문제만 다루고, 내과는 소화기 문제나 고혈압 등 내과 영역만 진료를 하는 거죠. 한마디로 진료 범위가 ‘내가 맡은 과목’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주치의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관리해주는 의사예요. 단순한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접종, 만성질환 관리, 정신 건강, 생활 습관 상담 등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료 분야를 폭넓게 보는 ‘종합적 시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단과 전문의 중심 구조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지적이에요. 예를 들어, 피부만 보는 피부과 의사한테 내 건강 전반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통증이 있는 부위별로 단과별 주치의를 따로 두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아요. 건강 상태 전체를 통합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어서 처방이나 생활습관 관리에 혼선이 생기기도 쉽고, 환자 입장에서도 모든 주치의에게 일일이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또, 여러 명에게 진료를 받음으로써 의료비나 보험 청구, 진료기록 정리 등의 행정비용도 증가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도 한 명의 주치의가 전체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주치의 방식이 선호되고 있어요. 결국, 통합 주치의 방식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선 주치의제가 자칫 무용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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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
제도 명칭 |
주치의 역할 |
의사 양성 제도 |
특징 |
영국 |
GP (General Practitioner) |
모든 건강 문제의 1차 진료, 필요 시 전문의로 연계 |
의대 후 3년 GP 전공 트레이닝 (다분야 순환 실습 포함) |
NHS 기반, 주치의 등록 의무, 진료비용 대부분 1차에서 해결 |
캐나다 |
Family Physician |
예방, 만성질환, 정신건강 등 포괄 진료 |
의대 후 2년 Family Medicine Residency |
지역 기반 주치의 제도, 공공보험 연계 |
독일 |
Hausarzt (지역 주치의) |
정기 검진, 예방, 만성질환 등 총괄적 진료 |
의대 후 5년 가정의학 전문과정 |
환자 진료 진입 관문, 보험 연계 엄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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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를 환영하는 쪽은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면 국민 건강권이 증진될 것으로 봐요. 전 국민 주치의제로 일차의료가 확대되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도 꾸준히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에요. 예를 들어, 최근 2020~2024년까지 최근 4년 동안 국가건강검진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의료급여수급자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데요. 기본적인 건강검진조차 받지 않으면 질병의 조기 발견이나 시기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어요. 이 경우 건강 악화로 이어져 의료비 지출도 증가하고, 환자의 소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건강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고요.
주치의제는 소득 계층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 될 수 있어요. 주치의를 통해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가능한 데다,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질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환자를 잘 아는 주치의에게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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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수급자의 국가건강검진 미수검 비율은 일반 건강보험가입자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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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 신중론 측은 반대로 국민이 받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해요. 주치의제를 시행하면 환자 개개인의 건강 목표보다는 정량화되는 지표 달성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평가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의료 서비스는 소홀히 대응하면서 자연히 서비스 품질도 저하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치의제가 환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어요. 우선 환자들의 종합병원, 대학병원 같은 2, 3차 의료기관 진입에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상급병원에 가기 위해 주치의를 거쳐야 하다 보니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죠.
이렇게 주치의를 거쳐야만 특정 전문의에게 갈 수 있는 구조에선 주치의와 전문의 모두에게 진료비를 지급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문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그러니까 의료 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겨 진료비를 계산하는 시스템에서는 환자 개인의 진료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주치의 과소 진료, 장시간 대기 시간이 문제로 꼽히기도 합니다. 주치의제 신중론 측은 이러한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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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를 환영하는 쪽은 주치의 제도를 통해 국가 의료비를 경감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중복 진료, 중복 검사, 불필요한 투약 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주치의 제도를 운영한다고 평가받는 덴마크의 사례를 볼게요. 덴마크 국민은 2차, 3차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전 반드시 주치의를 거치게 돼 있습니다. 이는 고가의 병원 진료를 줄이는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해서 의료비 낭비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실제로 덴마크는 GDP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꼽힙니다. 2021년 기준 덴마크의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은 10.8%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17.4%) ▲독일(12.8%) ▲프랑스(12.3%) ▲스웨덴(11.2%)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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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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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비 지출 비중 (GDP 대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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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17.4% |
🇩🇪 독일 |
12.8% |
🇫🇷 프랑스 |
12.3% |
🇸🇪 스웨덴 |
11.2% |
🇩🇰 덴마크 |
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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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 신중론 측은 덴마크의 의료비 경감 효과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해요. 적절한 수가 보상 및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주치의제에 의료기관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고, 자칫 의료 시스템만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하죠. 그 이유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 주치의제는 환자 중심의 지속적인 관리보다 단기적 진료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치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단기 서비스를 수차례 이용하는 것만으로 큰 의료비용을 부담하는 효과와 맞먹을 수 있어서 오히려 보건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죠.
무엇보다 주치의의 구체적인 역할과 서비스 내용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치의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습니다. 일례로 주치의제 시범 사업의 일환인 장애인 주치의제도는 환자, 의사의 참여율이 모두 낮아요. 유인책이 될 만한 보상이 미비해서 의사의 참여가 낮고, 진료를 볼 의사가 없으니 장애인 환자의 제도 이용률도 낮은 거예요. 이렇듯 체계 정비 없이 속도전으로 제도가 도입되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주치의제 신중론 측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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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쳌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Click
✦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질병 관리를 할 수 있고, 의료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전 국민 주치의 제도는 충분히 도입을 고려할 만한 것으로 보여요.
✦ 다만, 성공적이라는 덴마크 주치의제도 최근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지역 불균형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주치의제 도입을 약속하면서 보상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언급도 함께 했는데요.
✦ 정부가 의료체계 개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해 기본 의료체계부터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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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전 국민 주치의 제도에 관한 논의를 정리해봤어요. 어떤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지 조금은 감이 잡히시나요? 모든 제도와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으니 어느 한 쪽에 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플로우체크를 통해 전 국민 주치의 제도의 장단점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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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미션 100> 뉴스레터를 <플로우체크>로 새롭게 선보인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었습니다. 10호까지 발행된 플첵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으셨나요?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아쉽게도 플쳌이 당분간 장기 휴재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더 유용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위한 길은 무엇일까 논의하고 숙고한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미션 100부터 플첵까지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독자분들이 계셨기에 2년이란 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
저희 플첵은 언젠가 더 나은 모습으로, 또 더 좋은 콘텐츠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명의 뉴스레터를 묵묵히 보아주신 구독자 여러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남은 한 해 무탈히, 건강하게 마무리 하시며, 앞으로의 나날도 뜻하시는 바 모두 펼치시는 그런 하루하루로 가득 하시기를 저희 플첵팀이 진심으로 소망하고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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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중앙일보. 25-06-23. [[단독]가정의학과 주치의 택한 李, 전국민 주치의제 힘 실었다]. 의협신문. 25-06-20. ['주치의 제도' 도입한 다른 나라, 미준수 패널티 봤더니?]. 한겨레. 24-12-19. [12년 수련 가정의학과 전문의, 환자의 평생 주치의가 되다]. 데일리메디. 24-10-26. [의료급여수급자 49% 건진 '0'… 건강불평등 심화]. 의협신문. 24-01-05. [노인 주치의 제도 도입?… "국내 의료 상황과 맞지 않아"]. 청년의사. 22-10-17. [장애인 주치의제도 ‘수가 정책’ 변화 필요… “묶음지불제 고려”]. 쿠키뉴스. 18-04-19. [주치의제도, 환자에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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